한 시간 동안 무지막지한 장대비가 쏟아졌다.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인양 우산 손잡이를 꼭 붙들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비가 그친 듯 싶자 냉큼 창문을 열어놓고 휘파람을 불었다. 잦아든 빗소리의 잔해와 생선가시같은 햇살이 뒤엉켜 흉했다. 사실 나는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니었다. 다만 마음은 벌써 무엇을 배신하여 오늘밤 우산을 놓고 갈 것이었다.
비 오는 날은 어디를 가나 간판없는 주점이다
비 오는 날엔 술 마시러 가자. 마른 곳 피해 물 웅덩이 첨벙거리며. 비 오는 날엔 술 마시러 가자. 발끝으로 끌어올린 슬픔으로 눈가의 잔주름을 적셔보자. 젖은 바지단 질질 끌며 비 오는 날엔 술 마시러 가자. 어디든 가서 돌아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