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우주적으로 쓸쓸하다 / 최금진
퇴근하면서 하늘을 본다
뭇 별들을 암흑에 매달아 놓은 하느님의 거대 비행선이
나한테, 이리 올라 오너라, 하신다면
이 착한 짐승은
돈밖에, 집밖에, 먹고 사는 것밖에 모르는 이 착한 짐승은
네, 알겠어요, 하고 하늘로 확 올라갈 것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한 날들
나는 어쩌다 태어나고 떠돌다가 여기에 뿌리를 박았나
꿈에 유에프오들만 잔뜩 몰려와서
우리 집 묵정밭을 휘 둘러보고 가는데
뿌려놓은 씨앗을 거두러 올 것처럼 말세만
거리의 전단지에 내려왔다 가는데
퇴근하면 다시 출근이 기다리는 집에 나는 왜 돌아가나
나는 왜 화날 일도 아닌데 화가 나나
바람이 암호처럼 창문을 두드리고
천사들이 눈알을 부라리며 나를 찾기라도 한다면
이놈, 아직도 거기서 뭐하는 게냐, 이렇게 찾기라도 해 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퇴근하면서 술도 한잔 걸쳤으니
하늘을 보면
우리 어머니가 깨트린 왠 접시들이 저리도 풍년인가
와라, 와서 다 싣고 가라
우리 집 마당도, 발바리도, 빨랫줄도, 요강도 다 줄 테니
우주의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쓰고 앉아
달 뒤편에 있다는 불켜진 외계인 기지나 바라볼까
너네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너네들도 죄책감이 있나,
멀리서 커브를 그리며 몰려오는 유에프오들과 어울려
딱 한잔만 더 하고 갈까
블랙홀 속에, 동그란 상자 안에, 또 그 상자의 상자 안에
새빨간 장미성운과 말대가리 성운이 구슬처럼 달그락거리는
어둠의 주머니 안에, 네모난 목구멍 안에, 부처님 손바닥 안에
흔들리는 가로등 아래
나는 비틀거리며 오줌을 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