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정수리에 정을 치는 오후였다. 누군가는 벌써 햇살의 힘줄과 태양의 노동에 대해 경고했었지만, 내 몸이 아는 바는 부딪치고 깨지고 난 다음 형성되는 추억과도 같았다.
삽을 들고 땅을 파고 있었다. 흙을 퍼낸 자리에서 물이 고여 나왔다. 나는 한삽 한삽 질문을 했고 답은 한결같이 물이었다. 진부했다. 진물렀다. 어쩔 수 없었다. 새롭게 열광할 그 무엇도 태양아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순간 뫼르소의 유령이 내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가장 높은 벼랑에서 떨어지는 깃털처럼, 천천히, 아주 오래도록 쓰러졌다.
나는 뫼르소의 이야기를 믿었다. 내가 쓰러진 일 또한 믿었다. 사실 내가 본 것은, 저 멀리 아득한 곳에 박혀있는, 총구안의 어둠처럼 꿈틀거리는, 태양의 조그만 흑점이었다.